symphonicholocaust영화음악을 재해석한 류의 밴드로 가장 유명한 예라면 Fantomas겠지만(물론 내 지식 범위에서) 사실 그런 류의 시도를 먼저 선보였던 밴드라면 Morte Macabre를 들 수 있겠다. 물론 Fantomas만큼의 재기발랄함은 기대할 수도 없겠거니와, 멜로트론으로 범벅이 된 앨범은 사실 그런 재기에 양보해 줄 공간이 없어 보인다. 당장 앨범의 유이한 자작곡 중 하나인 ‘Symphonic Holocaust’의 무지막지한 멜로트론 연주는 앨범의 어두운 분위기와 맞물려 귀를 부담스럽게 하는 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Anekdoten과 Landberk의 멤버들이 주축이 된 나름 정예 멤버들의 이 프로젝트가 앨범 한 장으로 끝나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바쁜 양반들 불러놓은 수고에 비해서는 신통찮은 결과물인 셈이다.

물론 사실 이렇게만 얘기하기는 좀 아까운 결과물임은 분명하다. 공포영화 사운드트랙 커버인 것도 있겠지만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가 Landberk 쪽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면, 정말 아낌없이 퍼붓는 멜로트론 가운데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노련함은 Anekdoten의 것이라 생각한다. Anekdoten의 앨범에 비교하면 사실 멜로트론을 제외한 다른 파트들은 아무래도 느슨하게 짜여져 있는 편인데, 밴드의 절반은 Landberk의 지분이니 밴드 하나 같기는 좀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아예 긴장감을 내려놓고 영화의 분위기를 재현하는 곡들에서는 그런 느슨함이 그리 문제되지는 않아 보인다. 특히나 유명한 그 ‘Lullaby’나 ‘Quiet Drops’ 같은 곡은 그 곡이 원래 영화에서 어떤 장면에서 나오는지를 생각해 보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후자는 영화 자체가 좀 웃기는 편이므로 주의가 필요하긴 하겠지만. 생각해 보니 나온 지 20년 넘었다는 것을 깨닫고 연휴 막바지 간만에 돌려본 앨범.

[Mellotronen,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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