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의 제2수용소 이름이 비르케나우라고 하는데 굳이 이탈리아 밴드가 이 이름을 써먹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 눈에 띄는 점은 기타와 보컬을 맡은 Marco Righi가 Maledia의 “Your Angels Cry”에 참여했다는 점인데, 대단한 앨범은 아니었지만 앨범의 ‘She and Her Darkness’만큼은 그 해에 들었던 (여성보컬을 앞세운 류의)둠-데스 중에서는 손꼽을 만한 곡이었다. 문제는 Birkenau는 데스래쉬 밴드이고, “Your Angels Cry”에서 건반을 맡았던 Marco는 이 밴드에서는 무슨 일인지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다. metal-archives의 내용에 의하면 이 밴드는 David Folchitto나 Fabrizio Damiani 같은 나름 ‘네임드’들도 거쳐갔던 밴드라는데, 그 멤버들은 다 어디 가고 이 데모에서는 Marco와 Emanuel Crissantu라는 베이시스트만이 참여하고 있다. 긍정적인 얘기가 도대체 없다.
그런 점들을 생각하고 듣는다면 음악은 기대만큼 나쁘지는 않다. 2명으로 모든 걸 때우느라 꼼꼼하게 챙겨넣은 드럼머신에 맞추어 열심히 후려대는 베이스 연주가 생각보다 인상적인데(그만큼 베이스 볼륨이 크다는 얘기도 됨), Slayer를 좀 더 방정맞게 만든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Martydome’은 Slayer의 미발표곡이라고 해도 속아넘어갈 사람이 있겠거니 싶은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절대 비슷한 수준이란 얘기는 아니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 블랙메탈 밴드 Birkenau(훗날 I Shalt Become이 되는 그 밴드)와 혼동하는 경우도 많으니 그 점에도 유의를.
[Self-financed,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