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봤던 신보 소식 중 가장 의외였던 것 중 하나는 Alan Parsons의 신보 예고였는데, 일단 Alan Parsons가 Frontiers에서 앨범을 낸다는 것도 좀 그랬지만 가장 뜨악하게 느껴졌던 것은 Jason Mraz가 피처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암만 Alan Parsons가 몇 물 가셨어도 Jason Mraz랑 놀 레벨은 아니지 않나 생각하는데, 막상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Alan Parsons가 최근 몇 년 동안 무슨 활동을 했는지 전혀 기억에 없다는 걸 발견했다. 그런데 또 좀 뜨악했던 것은 금년의 신보 이전 마지막 작품이었던 이 앨범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정말 눈꼽만큼도 기억이 없는 거 보니 어지간히도 흘려들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간만에 돌려 보았다.
그 결과는… 그렇게 기억이 없었던 건 아마 틀자마자 실망해서 꺼버려서가 아니었을까 짐작케 하는 음악이 담겨 있었다. 사실 그렇게까지 구리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Return to Tunguska’같이 트랜스 리듬에 David Gilmour(다들 아시는 그 분 맞음)의 멋들어진 기타를 얹어낸 연주나 무난한(그리고 조금은 댄서블한) 팝송인 ‘More Lost Without You’ 같은 곡은 이만하면 됐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Alan Parsons의 앨범에서 트랜스 리듬 어쩌고 얘기가 나온다는 자체가 아마도 이질적으로 보일 것이다. 앨범 후반부에 나오는 Alan Parsons의 클래식 트랙들의 ‘댄스 리믹스’에 이르면 지금 내가 뭘 듣고 있나 하는 생각도 조금은 든다. 물론 뮤지션의 창작혼의 발로이겠지만 Alan Parsons를 그 때까지 찾아 주는 이들의 취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Crystal Method도 참여했던데 후배한테 물들어서 그런 것일까. 잘 모르겠다.
[Eagle,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