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흘리개 시절 빌보드 차트의 파워 발라드에 처음 관심을 갖게 해 준 곡은 Heart의 ‘Alone’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Heart를 얘기하는 국내의 글들을 보면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어쩌고, 식의 글들이 많은데, 코흘리개 시절이었으므로 밴드의 미모에 신경쓸 겨를은 별로 없었지만 노래만큼은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이후에도 Heart에 대하여 써놓은 글을 간혹 볼 일이 있었지만, 이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밴드의 대표곡에서 ‘Alone’이 빠지는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Heart의 실력을 부인하려는 생각이야 없긴 하지만 덕분에 나중에 ‘Alone’이 Heart의 자작곡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잠깐 현자타임이 오던 기억이 있다. 뭘 또 그런 거 갖다 그랬냐 하면 할 말 없는데… 그냥 그랬다는 얘기다.
그 ‘Alone’은 바로 이 멋대가리 없는 이름의 밴드의 유일작의 수록곡인데, 얘기를 이렇게 해서 그렇지 멤버인 Billy Steinberg나 Tom Kelly나 차트의 많은 곡들에 크레딧을 올리는 양반들인지라 이만큼 골고루 퀄리티를 유지하는 그 시절 AOR 앨범도 드물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디 가서 AOR 얘기할 정도로 많이 들은 게 아니기 때문에 별로 할 말은 없지만 Billy와 Tom이 노래만 좀 더 잘했다면 ‘Alone’은 i-Ten의 이름으로 기억됐을지도 모른다는 짐작도 한다. 하긴 밴드명 지은 거 보면 곡만 잘 쓰지 뜨기는 글러먹은 양반들이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송라이터로 명예의 전당 올라가는 분들한테 사실 내가 할 얘기는 아니다. Toto 멤버들도 왕창 참여한지라 연주도 빠지는 곳이 없다. REO Speedwagon도 커버하는 ‘I Don’t Want to Lose You’를 요새 즐겨 듣는다.
[Epic, 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