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Symphonies에 대한 내 주변의 일반적인 평가는 곧잘 하지만 또 즐겨 듣기에는 좀 부족한 수준의 미국 밴드들을 소개하는 미국 레이블이라는 것이었다. 뭐 Maudlin of the Well 같은 예외를 뺀다면 나도 그런 평가에 동의하는 편인데, 아닌 게 아니라 언제부턴가 본격 재발매 레이블로 거듭난 이들의 카탈로그를 보면 자기들도 스스로의 안목을 마냥 믿을 수는 없었나보다. Corvus Corax의 이 유일작도 그런 수준의 평가를 벗어날 수 없었던 앨범의 하나였다. 나쁘잖은 심포닉 블랙메탈이지만 그렇다고 주목받을 만큼 와닿는 부분은 없었다. 일단 블랙메탈이지만 몰아치기보다는 둠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더 관심이 많은 밴드였다는 점도 불리했을지도 모른다. 2000년이었다.
그렇지만 다시 뜯어보면 앨범은 또 달리 들린다. 밴드는 화려한 맛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그 시기 비슷한 부류의 다른 밴드들보다 확실히 어두운 분위기의 음악을 연주했고, 전형적인 블랙메탈보다는 여유 있으면서도 드라마틱한 전개를 가져가는 데 능해 보였다. 앨범 전반에 흐르는 포크 바이브도 꽤 뚜렷한 편이고, ‘Son of the Earth’ 같은 곡은 심포닉블랙의 건반보다는 리프 뒤에서 자욱한 앰비언스를 흩뿌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고 보면 ‘cascadian’ 블랙메탈의 많은 모습들을 앞서 보여준 앨범이었던 셈이다. 물론 discogs에서 7유로에 팔리고 있는 걸 보니 나만 그런가 싶기는 한데… 그래도 적어도 ‘Son of the Earth’ 하나만큼은 시간을 들일 가치가 분명하다.
[Dark Symphonies,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