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ing Addiction은 혹자는 과장 좀 섞으면 Incantation과 비슷한 시작을 보여준 밴드라고 하는데 물론 근 30여 년이 지난 지금 두 밴드의 위상은 비교하는 자체가 송구스러울 정도로 많이 달라졌다. 플로리다 데스 밴드라곤 해도 묻힌 이가 어디 한 둘이겠냐마는 Incantation과 비교될 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밴드는 확실히 드물 것이고, 이 바람처럼 망해버린 밴드는 덕분인지 그 30여 년 동안 그래도 잊지 않고 회자되는 편이었고, 심심찮게 흘러간 거물들의 복귀작을 내놓는(하지만 레이블 소속 밴드들은 별로 신통찮은) Xtreem Music에서 밴드의 데뷔작 재발매가 이루어졌다. 뭐 하지만 ebay에서도 사실 35달러면 구할 수 있는 앨범이었으므로 레이블 입장에서 좋은 선택이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걱정해 줄 내용은 아니다.
90년대 초반 플로리다 데스가 어쩔 수 없겠지만 Morbid Angel풍에 Autopsy나 Incantation을 생각할 수 있는 음습함을 더한 리프를 연주하는데, 특징이라면 그런 음습함에도 불구하고 사운드의 톤은 두텁기보다는 날렵하고 날카로운 편에 가깝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초창기 플로리다 데스보다는 이후의 Sadistic Torment 같은 밴드들의 방향성에 좀 더 가까워 보인다는 건데, 그래도 비트는 정말 클래식한 데스메탈의 흐름을 따라가는만큼 들으면서 드는 생각은 익숙함에 가깝다. ‘Dehumanized’ 같은 곡은 “Necroticism” 시절 Carcass가 연상될 정도인데, 그러고 보면 그 시절의 ‘데스메탈 클래식’의 하나라 하기는 좀 어렵더라도 그 시절의 앨범들 가운데 세련된 편에는 분명히 속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발매반에는 Seraphic Decay에서 나왔던 “Necrosphere” EP도 보너스도 들어 있으니 돈 들인 값도 충분히 한다.
[JL America,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