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플로리다 데스의 (상대적)유명세 때문인지 플로리다 출신이 아닌 미국 데스메탈 밴드는 그리 국내에 많이 알려진 편은 아닌데, 그렇게 묻힌 밴드들 중 가장 아쉬울 법한 예를 꼽는다면 Nunslaughter가 아니려나 싶다. 하긴 이렇게 말하기는 너무 거물인지라 좀 애매하긴 하지만, 그래도 웹상에서 Nunslaughter 얘기를 하는 국내 사이트는 별로 본 적이 없었던 건 분명하다. 아무래도 결성이야 80년대라지만 첫 정규반은 2000년에나 나왔다는 점도 그렇고, 풀렝쓰를 안 내는 건 아니지만 수많은 EP와 스플릿, 라이브 앨범들로 점철된 디스코그라피를 보면 감히 모을 생각이 쉬이 들지 않는다는 점도 영향이 없진 않을거다. 적당히 많아야지.
Nighnacht는 이 밴드의 보컬을 맡은 Don of the Dead의 사이드 프로젝트인데, Nunslaughter가 플로리다와 북유럽 데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음악이었다면 Nighnacht도 기본적으로 그런 류의 음악이긴 하지만, Nunslaughter보다는 확실히 플로리다 물을 많이 먹은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아무래도 Nunslaughter 출신답게 확실히 펑크적인 면이 강한데, 보컬 스타일도 그렇고 밴드명도 그렇고 해서 블랙메탈로 오해되기 쉬운 앨범이다. 하긴 블랙스래쉬라고 해도 무리일 것까지는 없는만큼 이 음악을 뭐라고 부를지는 각자의 선택에 맡기는 게 더 나을지도(하지만 내 생각엔 확실히 데스메탈이다). ‘Abducted, Raped and Eaten’이 이 EP의 백미.
[Hells Headbangers,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