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1990년에 저렇게 생긴 커버에서 메탈을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은근 빈티나는 디자인과 밴드 로고가 그 시절 메탈 밴드에 잘 어울린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어쨌든 저 불안해 보이는 커버와 멤버 5명 전부 여성이라는 점이 이 장르에서 셀링 포인트는 아니겠다. 이 훌륭한 파워메탈 앨범이 알려지지 않은 가장 큰 원인은 아마 그런 사정일 것이다. 그 다음가는 사정이라면 밴드 이름이 왜 하필 산타루치아냐, 왜 가사를 전부 핀란드어로 썼느냐 등 여럿이 있을 것이다. 뭐 늘어놓기 시작하면 이 앨범이 팔릴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려울 정도일 것이니 이런 얘기는 여기까지.
음악은 기본적으로 좀 빠른 부분에서는 NWOBHM 생각나는 구석이 많은 리프의 헤비메탈인데, 미드템포로 진행하는 부분에서는 (과장 좀 섞는다면)Dark Quarterer나 Adramelch 같은 밴드의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면모도 있다. 사실 청량한 느낌의 신서사이저 연주를 생각하면 분위기는 꽤 많이 틀리긴 하지만 거칠면서도 서사적인 구성을 가져가려는 모습이 역력하다는 점에서 비슷하게 보인다. ‘청량한 키보드’이다 보니 훗날의 Sonata Artica 같은 밴드들이 이런 톤을 참고했으려나 싶기도 한데, 뭐 이런 80년대풍 톤의 키보드 연주 자체가 드문 건 아니다 보니 그런 예상엔 별로 자신은 없다. 요컨대 말하자면 70년대 중후반부터 80년대 초중반까지의 메탈 스타일들이 청량한 키보드와 함께 짬뽕된 음악인데, 그게 매끄럽게 이어진다는 게 밴드의 최고 미덕이겠다. ‘Pelastus Avaruudesta’ 같은 곡이 앨범의 백미.
[Poko Rekords,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