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핀란드 데스메탈 밴드들 중 가장 잘 알려진 사례…라고 알려져 있는데 정작 아는 사람은 별로 못 봤으니 어떤 의미에선 이들도 ‘유명하다는 점으로 유명한’ 사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앞서 낸 두 장의 데모가 있다고는 하나 정규작으로는 이 EP가 유일하니 하긴 더 알려지고 말고 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어쨌든 이 한 장만으로 그만큼 ‘유명해진’ 밴드인 셈이니 그런 의미에서는 충분히 검증된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다. Obscure Plasma(Avantgarde Music의 전신)가 처음으로 계약한 밴드로도 알려져 있으니 적어도 90년대 초반 그 시절에는 데스메탈의 총아나 다름없이 보이던 밴드였을지도 모르겠다.
음악은 상당히 준수하다. 핀란드 데스메탈의 근본을 운운한다면 여러 밴드들이 나올 수 있겠지만 Demigod이나 Adramelech를 근본이라 주장할 괴팍한 취향을 전제한다면 사실 그런 스타일은 Demigod보다도 먼저 이들이 선보였다는 점을 이 EP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물론 Demigod이나 Adramelech보다는 이들이 확실히 연주나 녹음이나 딸리긴 한다만 1991년 발매작이라니 많은 부분이 용서되기도 한다(물론 보기 나름이겠지만). 좀 더 스래쉬하고 직선적인 리프가 돋보이는 ‘Condemned to Death’가 가장 귀가 가는데, 하긴 10분도 안 되는 7인치 EP이다보니 추천곡이 딱히 의미있을까 싶다. 어쨌든 버릴 곡은 없다.
[Obscure Plasma,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