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Insanity는 90년대 말엽부터의 흔해빠진 고딕 메탈 밴드들 가운데 비교적 개성 있는 스타일을 들려준 밴드였다. 물론 장르의 좁아터진 팬덤이 그래도 생명력이 남아 있던 시절 이런 개성이 장사에 딱히 좋은 영향을 주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이런 현상은 다음 해에 Theater of Tragedy가 “Assembly”로 더욱 극적으로 재현한다. 폭망했다는 뜻이다)그래도 Xy가 발굴한 밴드답게 Samael스러운 공간감 넘치는 앰비언스는 다른 동류의 밴드들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모습이었고, Waldemar Sorychta가 이 돈 없는 밴드에게 훌륭한 음질을 선물해 줬기에 비록 망했을지언정 밴드 본인들 돈은 좀 덜 나가서 다행이지 않을까…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물론 밴드 본인들은 이 뭔 무시무시한 소리냐 할지 모르겠다.
“Solar Child”는 이들의 앨범들 중 Samael의 기운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앨범이다. 이미 “Eternal”로 워밍업을 해서인지 My Insanity도 데뷔작보다 확실히 일렉트로닉스의 이용이 많아졌고, 그런 의미에서는 “Eternal” 스타일에서 힘을 많이 빼고 멜로디를 좀 더 고쓰풍으로 바꾼 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원래 멜로디라인을 만드는 데 솜씨를 보여준 밴드였던만큼 이 앨범에서도 귀를 잡아채는 멜로디를 발견할 수 있는데, ‘Dead Season’이나 ‘Twin’ 같은 수려한 곡을 만들 수 있는 밴드를 폭망시키다니 역시 일렉트로닉스는 메탈 밴드가 함부로 써먹을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개인취향도 반영된 얘기다. 참고로 난 이 앨범을 아주 좋게 들었다.
[Season of Mist,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