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꾸준하게 나온 것 같은 느낌이 있지만 이 앨범 전에 Death in June이 컴필레이션이나 라이브가 아닌 ‘제대로’ 신작을 발표한 것은 2010년의 “Peaceful Snow”가 마지막이었으니 꽤나 오랫만에 나온 앨범이었다. 하긴 이 밴드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많았던 걸 생각하면 과작의 활동이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와중에 갑자기 2018년에 신작이 툭 튀어나왔으니 의외인 감도 없지 않다.
경험상 이렇게 거물 밴드가 오랜 텀을 두고 툭 내놓은 앨범은 보통 기존의 모습을 결산하는 형태를 많이 보여주는데, 이 앨범도 예외는 아니다. 어찌 들으면 조금 더 어두워진 모습의 “The Rule of Third”처럼 느껴지지만 ‘The Humble Brag’의 묘한 발랄함은 “Nada!” 시절의 그것에 가깝다. 하긴 ‘God A Pale Curse’부터 “I’ve forgotten all that I done, I remember all that I did”라고 노래하고 있으니 분명 의도된 경향일 것이다. 그 경향을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좀 더 풍성하고 두터운 사운드로 연주하고 있는 앨범이라고 하면 아마 꽤 정확한 설명일 거라고 본다. ‘What Will Become of Us?’에서 밴드의 잘 나가던 시절의 모습을 떠올린 건 나만은 아닐 것이고, 별로 기대들 하지 않았던 모습일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잘 살고 있었나 보다.
[NER,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