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작년에 디지털로만 발표된 앨범이라고 하나 bandcamp를 그리 잘 들여다보지 않는 나로서는 처음 들어본다. 아방가르드 블랙이라고 홍보되는 듯하나 레이블이 Aesthetic Death인지라 뭔가 둠적인 면모가 강한 음악이겠거니 하는 인상이 앞서지만 생각해 보면 여긴 무려 Fleurety의 앨범을 낸 곳이므로… 딱히 떠오르는 예상이 없다고 하는 게 더 맞겠다. A.K는 그냥저냥 들을만했던 프로그-데스 밴드로 기억하는 Praesepe에서 기타 치던 그 양반이라 하니 앨범에 대한 기대도 그리 높기는 어려웠다. 레이블의 안목을 믿을 뿐이다.
그런 사정을 생각하면 앨범은 기대보다 훨씬 괜찮은 편이다. ‘Alone with Everybody I’는 둠-데스 풍의 리프에 P.K의 크루너 보컬을 얹어 꽤 멋들어진 분위기를 만들지만, ‘A Challenge to the Dark’부터는 아방가르드란 홍보문구가 뻥은 아니라는 듯 (조금은 스웨덴풍으로 변주된)Opeth식 전개를 보여주고, ‘Alone with Everybody II’에서는 아예 예테보리 멜로딕데스까지 발견할 수 있다. 멤버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다 집어넣었다는 느낌도 사실 있는데, 그래도 이 정도로 섞어 준다면 좀 더 다양한 스타일이라도 소화했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다. 신뢰하는 레이블이지만 사실 슬럿지 물을 먹기 시작하면서 개인취향과는 좀 거리가 생긴 곳이었는데, 근작들 중에서는 가장 맘에 들었다.
[Aesthetic Death,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