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y Wakeford가 네오나치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꽤 많은 얘기들이 도는 편이지만 1994년에 슈펭글러라니 이 양반은 네오나치보다는 그냥 시대착오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에 가까울 것이라 짐작하는 편이다. 따지자면 역사의 진보에 대한 부르주아적 낙관주의를 배격하는 시각이니 정치적 올바름과는 별개로 지금의 세상이 그런 눈에 썩 좋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말하자면 (적어도 이 시절의)Tony는 스스로를 서구의 몰락이 이미 예정된 운명임을 세상에 일깨우는 ‘영웅적인 스피커’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이런 앨범을 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 하긴 20세기 초반 어느 독일 공상가의 역사 비극은 확실히 비장해 보이는 구석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앨범은 Sol Invictus의 여러 앨범들 중에서도 가장 네오포크의 전형에 가까운 앨범이다. 어떻게 들으면 혹시 트래디셔널이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내놓고 중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Come, Join the Dance’나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 아래 고즈넉한 숲을 그려내는 듯한 ‘In the Rain’ 같은 곡이 가장 좋은 예시일 것이다. 밴드의 다른 앨범보다도 확실히 따뜻한 기타 톤(약간은 “Burial” 시절의 Death in June 생각도 나는 편이다)과 Tony의 목소리, 적절히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오보에나 브라스 등도 좀 괴팍하지만 그런대로 고즈넉한 – 다 망해서 고즈넉해졌다에 가까울 – 분위기에 일조한다. 그러니까 이 장르를 찾아듣는 이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짚어내는 셈이다. 클래식이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Tursa,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