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oy도 나름 좋아한다고 자처하는 밴드인데, 사실 Eloy의 80년대 음악은 대부분의 (아마도 이제는 거의 아재가 되었을)프로그레시브 록 팬들에게 길티 플레저도 아니고 그냥 길티에 가까운 존재일 것이고, 따지고 보면 Eloy의 ‘좋았던 시절’부터 그런 낌새는 어느 정도 있어 왔다. Eloy는 1970년대에도 여타 ‘스페이스록’ 밴드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멜로딕하고 적당히 싼티나는 심포닉으로 멜로디를 뒷받침하는 음악을 연주했고, 앨범의 컨셉도… 뭐, 재밌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게는 거의 H. G. 웰즈의 적당히 싼티나는 데드카피처럼 보였다. 말하자면, 동시대의 다른 ‘프로그’ 밴드들에 비해서 무게잡고 음악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좀 멀어 보였다는 뜻이다.
그렇다 보니 “Metromania”를 괜찮은 프로그레시브 앨범이라고 굳이 얘기할 생각은 없지만, 프로그레시브 밴드가 만든 80년대의 멋들어진 AOR 튠 정도로는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솔직히 ‘Escape to the Heights’는 백투더퓨처 같은 데 들어가도 어울리겠다 싶은데, 앞서도 말했지만 이 밴드의 문제점은 팬들이 백투더퓨처보다는 블레이드 러너를 좋아할 만한 사람들이었다는 점. 확실히 데커드가 뿅뿅 신서사이저 연주에 박자 맞춰서 레플리컨트를 쫓아다니는 모습은 별로 보고 싶진 않다. 그래도 ‘Follow the Light’ 같은 곡의 직관적인 멜로디는 밴드가 욕을 먹을지언정 어쨌든 저력은 남아 있었다는 인상을 확실히 주는 편이다. 솔직히 가끔은 저 멜로디가 불현듯 떠오르곤 한다.
[EMI, 1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