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al Morse가 있던 시절 Spock’s Beard는 꾸준하게 심포닉 프로그레시브의 클래식들을 재현하는 방향성을 보여주었지만 따져 보면 앨범마다 생각나는 클래식들은 분명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 싶다. 결은 좀 다르지만 누가 뭐래도 Gentle Giant를 따라가는 모습이 역력했던 초기에서 “V”에 이르러서는 어느덧 Gentle Giant 물은 많이 빠지고 “Drama” 시절의 Yes를 잠시 연상시키다가 “Snow”에 이르러서는 “And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의 Genesis가 되었다. 아마도 Morse가 당시 주로 들었던 음악을 따라가지 않았을까 하는 근거없는 짐작을 하는데, 뭐 원래 개성이 없는 밴드는 아니었고 어떤 밴드를 따라가도 결국은 브리티쉬 심포닉 프로그레시브 워너비일지니 그래도 나름 일관된 행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앨범마다 그래도 좀 달랐다는 얘기를 하면서 일관된 행보라는 결론에 이르고 있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긴 하지만 일단 넘어가고.
그런 면에서 Neal Morse의 이 첫 솔로 앨범은 의외라면 의외일 앨범이다. 물론 모든 곡이 프로그레시브의 향내를 풍기지만 사실 Spock’s Beard 마냥 본격적으로 프로그레시브한 곡은 ‘A Whole Nother Trip’ 뿐이다(뭐 이 곡이 앨범의 거의 절반이긴 하지만). ‘Lost Cause’ 같은 곡은 누가 미국인 아니랠까봐 프로그레시브한 ‘컨트리’를 발견할 수 있고, 그 외의 곡들도 이거 너무 심플해서 Spock’s Beard 앨범에 들어가려다 만 거 아닐까 싶은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좋게 얘기하면 의외의 심플한 팝송을 이 앨범에서 들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역시나 멋대가리 없는 커버와 시너지를 일으켜 반응은 별로였지만, 그래도 “Octane”의 뭔가 애매한 스타일보다는 이런 식의 팝송이 Spock’s Beard에게는 더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도 있다. 생각보다 좋게 들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왜 Metal Blade에서 앨범을 냈을까?
[Metal Blade,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