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스플릿을 잘 내지도 않고 굳이 스플릿을 낼 이유도 없어뵈는 그리스의 두 거물이 어쩐 일로 금년에 낸 스플릿 앨범…이다만, 뭐 한 곡씩 사이좋게 A, B사이드를 장식한 스플릿이니 앨범에 들어가려다 못 들어간 곡으로 꾸린 스플릿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런데 두 밴드 모두 Hells Headbangers 소속이 아닌 거로 알고 있는데 무슨 수로 이렇게 잘 모아 놨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요새 블랙메탈 레이블 중에 Hells Headbangers만큼 장사 잘 하는 데도 흔치 않다는 생각을 한다. 각설하고.
“Genesis” 이후의 Rotting Christ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딱 “Theogonia” 스타일의 ‘Spiritus Sancti’보다는 Varathron의 곡인 ‘Shaytan’에 더 마음이 가는 편이다. “Patriarchy of Evil”에서 선보인 적당히 둠적인 미드템포의 블랙메탈을 이번에도 연주하고 있는데, 이만큼 북유럽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블랙메탈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지라 기억에도 확실히 남는다. 말하자면 두 밴드의 현재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곡들을 골라 만든 스플릿인 셈인데, Varathron의 수록곡만으로도 돈을 쓸 가치는 있는 앨범일 것이다. 오히려 명작이라고 불리는 Varathron의 초기작이 ‘너무 구수해서’ 힘겨웠던 경우라면 오히려 이 스플릿이 (7인치라 가격도 저렴하고 하니)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지도.
[Hells Headbangers,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