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grid를 거물급 밴드였다고 한다면 그건 솔직히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No Colours에서 나왔던 거물이 되고 싶었으나 실패한 많은 프로젝트들 중에서는 위쪽에 둘 수 있을 만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물론 Burzum의 수많은 카피 밴드 중 하나라고 해도 납득될 스타일, 하지만 Burzum보다는 확실히 좀 더 지루한 리프, 그럼에도 분명히 기억에 남는 분위기를 귀에 박아넣는 능력 덕분에 호오는 그 번듯한 솜씨에 비해서는 확실히 좀 더 갈려 보인다. ‘디프레시브’의 조금은 방계에 가까운 뿌리, 라는 사람도 있고, 지루하고 맹숭하다는 사람도 있다. 어쨌건 No Colours라면 일단 사고 보던 시절이 있었던 이에게는 그래도 애착이 있다.
“Entfremdungsmoment”는 “Hoffnungstod”의 Burzum 데드카피와 “Die Asche Eines Lebens”의 좀 더 정통적이고 달리는(물론 상대적인 얘기지만) 스타일을 절충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적당히 펑크적인 리프와 템포는 후자에 가깝지만 신경질적인 느낌은 좀 덜하고, ‘Lebenserffahrang’같은 앰비언트에 가까운 트랙은 “Filosofem”을 쉽게 연상시킨다. 물론 시간이 흘러서인지 음질은 – ‘모던’하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 꽤 훌륭한 편이다. 일단 드럼머신을 이용하지 않은 Wigrid의 첫 앨범이다 보니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번듯하지만 조금은 너무 익숙한 스타일을 익숙지 않은 수준의 음질로 듣다보니 일단 기억에는 잘 남는 편이다. 물론 이런 류의 밴드에서 이건 쉽지 않은 미덕이다. 좋다는 얘기다.
[Bleeding Heart Nihilist Productions,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