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Opus Dei는 폴란드 프로그레시브 블랙메탈… 밴드라는 게 찾으면 가장 자주 나오는 소개이지만, 사실 90년대 중후반 이후로 나오는 고만고만한 폴란드 블랙메탈 밴드들이 그랬듯이 전형적인 ‘프로그레시브’의 모습보다는 둠-데스-블랙 모두가 적당히 뒤섞여 있는 류의 음악을 하는 밴드이다. 사실 둠적인 모습이 꽤 강한(그리고 가끔은 Behemoth 짝퉁의 기운이 감도는) ‘blackened-death’ 정도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지 싶고, 특히나 “The Quintessence”는 이런 폴란드식의 ‘애매한’ 스타일을 꽤 흥미롭게 풀어낸 앨범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이걸 개성으로 받아들일 이들보단 애매하다고 받아들일 이들이 좀 더 많아 보였다는 점이다. 밴드 이름도 이름이다보니 검색하면 앨범보다는 다빈치 코드 얘기가 훨씬 많이 나온다. 그런 면에서는 처음부터 글러먹은 밴드인 셈인데 그래도 20년 넘게 버티는 거 보면 어쨌든 저력은 분명해 보인다.
시절이 바뀌었다고 스타일이 바뀌질 않았으니 이번 앨범도 결국은 마찬가지다. 다만 앨범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복잡해진 음악을 들려준다. 블래스트비트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블랙메탈’ 밴드가 이렇게 완급조절을 하기도 쉽지 않은데, 아무래도 – 항상 그랬듯이 – 포크적인 측면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 ‘Do ołtarzy w piekle’의 사라반드 리듬이나 ‘Po jałowej ziemi’의 오프닝, 과장 좀 섞으면 Diamanda Galas풍의 Hekte Zaren의 보컬은 다른 블랙메탈 밴드에서 쉬이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Abigor의 근작들(당연히 “Shockwave 666” 이후의 앨범들)을 좀 더 ‘시네마틱’하게 만든다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렇게 얘기하고 보니 더 이상 Non Opus Dei를 ‘애매한’ 스타일의 밴드라고 얘기하기도 사실 좀 미안해진다. 감명깊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Pagan,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