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dom Disdained”에 대한 기억은 사실 별로 없다. 전작으로 밴드 커리어에 길이 기억될 개똥반을 남긴 상황이었으므로 앨범에 대한 기대는… 크지는 않았다만 그래도 ‘적당히만 해주시면 오케이’ 정도는 됐다. 그런 면에서 일단 앨범을 듣자마자 드는 생각이 ‘데스메탈이라서 다행이다’이니 일단 성공하기는 했다. Steve Tucker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도 앨범은 긍정적이다. Scott Fuller의 연주는 Tim Yeung보다 좀 더 느슨한 구석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마냥 테크니컬하지만은 않은 밴드의 스타일에는 좀 더 잘 어울리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앨범은 사실 꽤 심심한 편이다. 하긴 내가 Trey Azagthoth라도 이번 앨범은 절대 망해서는 안 되는 앨범이니 안전하게 가려는 마음이 생겼을 법하다.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능력이 있었던 Trey의 ‘비전형적인’ 솔로잉이나 앰비언트풍 신서사이저 연주 등 밴드의 개성은 좀 더 물러서 있는 편이다. 나름 트렌드를 감안해서인지(아니면 코어 물을 뺄 수 없었던 탓인지) 데스코어풍 리프에 Trey식 리프를 교잡한 듯한 스타일도 은근 엿보인다. 흥미롭게도 Morbid Angel의 어떤 앨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스타일이지만, Morbid Angel의 어떤 앨범보다도 평범한 데스메탈에 가깝다. 물론 “llud Divinum Insanus” 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선물일 것이다. 하지만 밴드의 좋은 시절과 비교한다면 사실 돋보이는 면은 찾기 힘든만큼 어쨌든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을지도.
[Season of Mist,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