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k-zamia.jpg사실 초창기 인더스트리얼 밴드들 대부분의 이미지는 나사 좀 많이 빠진(아니면 너무 많이 박힌) 전위예술가에 가까울 법한데, SPK는 그 중에서도 좀 더 과격해 보이는 이미지를 가진 밴드였다(고 생각한다). 워낙 유명해진 화염방사기 쑈라든가 네크로필리아라든가… 아무래도 음악만 따지고 본다면 그래도 확실히 ‘사람다웠던’ Cabaret Voltaire나 Throbbing Gristle에 비해 더 거칠었던 사실도 중요했을 것이다. 그래도 잘 알려져 있듯이 이 무지막지한 밴드도 시간이 지나면서 마냥 과격할 수는 없었고, 곧 밴드는 사실상 Graeme Revell의 솔로 프로젝트로 재편되면서 신스 팝 물을 먹은 다크 앰비언트 밴드가 되어 갔다.

보통 이게 SPK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글들의 내용인데, 그래도 SPK 음악의 정점이라면 이런 ‘솔로 프로젝트’로서의 첫 번째 앨범이었던 본작이 아니려나 싶다. 인더스트리얼이 90년대의 다크웨이브/앰비언트로 이행되는 방식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하고, 많은 후대들이 저지르는 것처럼 자칫 징징대는 분위기로 나아가지 않고 적당히 클래시컬하면서도 적당히 ‘주술적인’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간혹은 Jon Hassell마냥 좀 뒤틀어서 편곡된 Dead Can Dance 같다는 느낌도 주는데, ‘Romanz In Moll(Romance In A Minor Key)’ 같은 곡의 과격함이 적당히 청자들의 주의도 환기해 준다. 원래 꽤 애 먹어가며 구했던 앨범인데, 이번에 Cold Spring에서 17년만에 재발매가 됐으므로 없으신 분들은 이 기회에 한 장 꽂아 두심도 좋겠다. 그냥 미친놈 밴드가 아니다.

[Side Effects,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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