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soneyes.jpg그리스 파워메탈에 대한 개인적인 선입견이라면 꽤 높은 확률로 보통 장르에서 떠올리곤 하는 힘있고 쭉쭉 뻗어나가는 스타일의 보컬과 수려한 멜로디는 커녕, 조금은 나사 빠진 듯한 보컬리스트와 좋게 봐줘도 쉽게 들어오지는 않을 멜로디를 이런저런 구성으로 극복해 보려는 밴드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상태가 안 좋았던 것은 아닌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스타일을 탁월하게 소화해냈던 소수의 밴드들은 더 이상 파워메탈이라기보다는 Manilla Road풍의 에픽메탈 밴드가 되어 버렸다. 이를테면 Wotan이나 Airged L’amh라든가… 그런 면에서 Gus G.나 Sacral Rage 같은 밴드들은 진짜 별종에 가까운 셈이다.

X-Piral도 그런 면에서는 충분히 별종인데, Sacral Rage 등과의 차이가 있다면 꽤 분전 중인 기타 연주를 제외한다면 딱히 들어줄만한 부분이 별로 없다는 점일 것이다. 꼭 그리스여서 그런 건 아니지만 돈 없는 밴드들의 데뷔작들이 자주들 그렇듯이 공허한 음질이 돋보이는데, 블랙메탈도 아니고 이 장르와는 그런 음질이 장점이 됐던 사례를 본 기억이 없다. 기타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 있지만 붕붕대는 톤(과장 섞으면 Shadow Gallery 1집의 가장 안 좋은 부분만을 모아놓은 듯한)의 키보드도 못내 거북하다. ‘Plains of Perfection’ 같은 곡의 Judas Priest풍 리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점도 어찌 생각하면 키보드가 그만큼 받쳐주지 못했다는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Far Horizons’ 같은 곡을 듣노라면 마냥 곡을 못 쓰는 이들도 아닌 듯한데 인생은 이들에게도 그리 녹록지 않았다. 하긴 그러니까 그 이후 소식을 전혀 못 들어봤겠지.

[Burning Star,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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