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wood-2nd.jpg이 앨범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내 정규 고교 교육과정에서 독일어를 제2외국어로 (마지못해)선택하고 이 앨범 제목을 ‘소년이여 하이마트에 가라’로 해석하면서 현재까지 택배업 외길인생을 걷고 있는 지인이고, 두 번째는 뜬금 인더스트리얼 사운드에 당혹스러워하던 내 모습이다. Darkwood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꽤 멋들어진 포크 송으로 가득했던 데뷔작 이후의 이 앨범은 포크는커녕 앰비언트/인더스트리얼 트랙으로만 이루어졌으니 부정기적인 수입의 사내로서는 본전 생각이 나기 마련이었다. 그러고 보면 ‘apocalyptic soundscape’를 의도했다는 밴드의 의도는 어떤 면에서는 목표를 초과달성한 셈이다. 적어도 (나를 포함한)어떤 청자들은 충분히 apocalyptic해진 기분을 맛봤을 것이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앨범은 사실 충분히 훌륭했다. 좀 더 호전적인 태도로 가다듬은 Allerseelen을 연상할 법한 ‘Nachtgawitter’가 백미이겠지만, 포크만 빼고는 꽤 다양한 스타일을 모두 담아내고 있는 앨범이니 개인들의 선호는 다양하겠거니 싶다. 말이 앰비언트지 사실 Cyclic Law 류의 앰비언트보다는 훨씬 오케스트럴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듣기에는 좀 더 편한 편이고, 인더스트리얼 트랙 사이사이에 이런 ‘화려한’ 앰비언트를 끼워넣은 만큼 앨범 전체로도 꽤 수월하게 귓가를 흘러가는 편이다. 결국은 포크라고 생각하지만 않으면 충분히 멋진 앨범인데, 하긴 말하면서도 Darkwood를 네오’포크’가 아닌 다른 스타일로 생각하는 게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Darkwood의 앨범들 가운데에서도 이후로는 이만큼 전자음 섞인 앨범을 찾아보기 어려운지도.

[Heidenvolk, 2002]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