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거물 네오포크 밴드/뮤지션의 스플릿!이라고 홍보되는 앨범이지만 사실 Andrew King이 그 본령을 Sol Invictus에 두고 있던 뮤지션인 점을 생각하면 그냥 Sol Invictus와 Rose Rovine E Amanti의 스플릿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지 싶다. 그러고 보면 고대 시대의 런던 얘기를 하면서 굳이 왜 이탈리아 밴드를 끼워 넣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말하자면 ‘낙양 이야기’ 앨범을 만들면서 중국 밴드들 사이에 뜬금없이 필리핀 밴드를 끼워 넣는 듯한 모양새인데, 요새야 네오포크가 많이 수그러들었다지만 2006년만 해도 지금 같지는 않았을진대 어울리는 영국 뮤지션을 달리 찾을 수 없었는지 의문스럽다. 기획력이 기묘하다.
그런 의문들 때문인지 정작 앨범에서 가장 힘을 준 듯한 수록곡들은 Rose Rovine E Amanti의 곡들이다. Von Thronstal의 Josef K.까지 데려와서 부르는 곡이 하필 ‘Roma (Fulcro Dell’Impero)’라는 것도 좀 기묘하나 만돌린과 바이올린을 솜씨 좋게 곁들인 발라드를 듣자면 런던 얘기를 꼭 영국 사람만 해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히려 Andrew King의 ‘Polly on the Shore’ 같은 곡이 Changes마냥 컨트리 느낌도 나고 덜 ‘영국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렇게 치면 곡들의 퀄리티야 둘째치고 기획은 확실히 좀 망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결국은 Sol Invictus가 그 ‘망한 듯한’ 기운을 다 수습해 낸다. 영국은 겁나 재밌는 동네지만 때론 엄청 무섭다는 얘기를 음험하게 풀어내는(‘Down the Road Slowly’) 모습에서 두려움 없는 코크니의 패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생각해 보니 내가 영국을 가 본 적이 없다), 그 거짓말이 꽤 잘 먹힐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Cold Spring,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