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l19941990년대 지갑은 얇으면서 밴드가 아니면 음악이 뭐랄까 좀 그렇다고 생각하던 더벅머리는 무슨 이유인지 이제 와서 본인조차 기억이 안 나지만 얇은 지갑을 샅샅이 털어 이 CD를 샀으렷다. 노래 잘 하는 거야 말할 필요 없겠지만 가끔은 댄스 플로어까지 불러오는 이 네오 소울 앨범이 이제 데스메탈을 아마도 갓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더벅머리에게 선택받은 이유를 점칠 길은 없다. 트랙들이 그래도 하나하나 기억에 남아 있는 걸 보면 그렇게 구한 CD가 그리 싫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건 꽤 중요한 사실이다. 나는 “OK Computer”같은 앨범에도 잘 기억 안 나는 곡이 있는 사람이다.

지나서 왜 그랬을까를 되짚어 보자면 아무래도 록이 최고라고 생각하던 바보였으니 Trevor Horn이 손댄 팝 앨범이 그래도 다가갈 만한 부분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앨범 크레딧만으로는 대체 어느 지점에서 손을 댔는지는 알 수 없지만 Jeff Beck이나 Gavyn Wright 같은 거물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고, ‘If I Could’는 아예 Joni Mitchell까지 등장시키고 있으나 이름값도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제일 유명한 곡이야 ‘Kiss from a Rose’겠지만 그래도 Seal 특유의 적당히 그늘진 목소리가 돋보이는 곡은 ‘Dreaming in Metaphors’나 ‘Don’t Cry’라고 생각한다. Trevor Horn이 90년대에 손댄 앨범들 중에서는 Pet Shop Boys의 앨범이 아니라면 이 퀄리티를 따라올 앨범은 없지 않을까… 하고 짐작하는 편이다. 그러고 보면 그 시절 은근 좋아했던 앨범들이 많았다. 썸네일의 저 분도 예쁘셨고…. 그런데 저 분 이름은 지금도 모르겠네.

[ZTT, 1994]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