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ievance2019“The Phantom Novels”를 냈던 그 노르웨이 심포닉블랙 밴드의 복귀작인 줄 알았는데 정작 날아온 물건은 포르투갈 밴드의 앨범이었다. 벌써 이 앨범이 3집이라 하나 이전의 앨범들은 살기 바쁜 나로서는 접해볼 길 없던 물건들이었으므로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다. 뭐 이런 식으로 엉뚱한 음반을 구하는 게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지만, Grievance라는 이름을 갖다 쓰는 다른 밴드가 있다는 생각은 안해봤었다. 이제 와서 커버를 보니 저 노르웨이 밴드인 척하는 밴드 로고가 더욱 눈에 거슬린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노르웨이 Grievance는 정말 멋대가리 없는 기본 폰트로 밴드명을 적어두던 이들이었다. 커버를 한번쯤 미리 찾아봤어야 하는 것이다.

273장이라는 뭔가 의미를 점치기 힘들 수량으로 나온 앨범인데, Koraxid라는 멤버 혼자서 꾸려 나가는 원맨밴드치고 사운드는 꽤 풍성한 편이다. 심포닉과는 거리가 멀고, 우리가 기억하는 90년대 중반 노르웨이 멜로딕 블랙메탈보다는 좀 더 희미한 멜로디를 보여주는 류의 블랙메탈(또는 좀 여유있는 템포로 달려주는 Marduk류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정말 20년 이상 수없이 리바이벌된만큼 새로울 게 없다는 볼멘소리에 가장 취약할 스타일이겠지만, 따진다면 이런 류의 음악을 굳이 구해듣는다면 새로운 걸 열심히 찾아다니는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Kampfar를 좀 더 (트롤 느낌 빼고)직선적으로 변주하면 나올 법한 스타일의 ‘Deserto’를 즐겨 들었다.

[War Prod.,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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