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oid Lust는 Projekt에서 앨범을 냈던 이런저런 뮤지션들 가운데에서는 좀 유별난 입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뭐 그리 대단한 얘기는 아니고…. 이 레이블에서 붕 뜨는 분위기의 ‘잠 잘 오는’ 스타일이 아닌, 어느 정도 비트를 보여주는 밴드는 그리 흔한 편이 아니어서 하는 얘기다. Projekt 스타일과 그래도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라면 Shikhee의 보컬이 (‘Project풍’ 여성 보컬로서)꽤 멋지다는 점인데, 이 분도 마냥 ‘청아한’ 스타일의 보컬은 아닌지라 어쨌든 레이블의 원래 이미지와는 좀 달라 보인다. 하긴 프로젝트명부터 Lust가 들어가니만큼 적당히 자극적인 모습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뭐 그래서 NCIS 사운드트랙에도 한 자리 얻어낼 수 있었을지도.
흔히 인더스트리얼 록 정도로 설명되는 뮤지션이기는 한데, 앨범은 80년대 초반의 ‘전형적인’ 인더스트리얼부터 Projekt풍의 ‘ethereal’한 사운드까지 모두 담아내고 있고, 그러니만큼 앨범의 전개도 아무래도 좀 더 변화가 심한 편이다. 그래도 ‘Dragonfly’처럼 그 사이의 어딘가에 애매하게 위치하는 트랙이 Android Lust의 개성에 가까워 보인다. 테크놀러지를 좀 더 괴팍하게 써먹을 줄 아는 Tori Amos 같은 느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앨범 후반부의 EBM 트랙들은 Suicide Commando의 팬을 자처하는 입장에서 그리 흥미롭지만은 않은데, 중반의 ‘Leah’ 같은 간주곡은 다른 EBM이나 인더스트리얼 밴드가 만들 수 없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2분 가량만으로도 앨범은 가치가 있다. 뭐 2분만 갖고 본다면 돈값한다고는 하기 어렵겠지만 나머지도 나쁘지 않다.
[Projekt,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