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크로스오버 스래쉬는 꽤 남발되고 있는 용어라고 생각한다. 물론 스래쉬와 타 장르의 크로스오버를 못할 것도 없겠지만, 스래쉬를 흔히 하드코어(내지는 D-Beat)에 한 발을 담그고 있던 장르로 이해한다면 그 하드코어와 스래쉬메탈의 조합을 크로스오버라고 표현하는 건 좀 무신경한 명명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면에서 이런저런 지면이나 웹진에서 얘기하는 ‘크로스오버 스래쉬’는, 사실상 전형적인 베이 에이리어 스타일이나 저먼 스래쉬, 블랙스래쉬 정도 스타일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음악들을 굳이 스피드메탈이라는 용어를 따로 쓰고 싶지 않은 이들이 사용하는 용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딱히 어디서 들어본 적이 없는 걸 보면 벌써 예전에 논파된 얘기인가 싶기도 하다. 아시는 분 있으시면 좀 알려주시고.
이런 잘못된 ‘크로스오버 스래쉬’ 분류의 피해자를 (굳이)꼽는다면 Wehrmacht가 꽤 높은 순위에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사가 좀 D.R.I. 풍이기도 하고 멤버도 Cryptic Slaughter와 겹치니 크로스오버 얘기를 듣기에는 더할나위 없는 조건이긴 한데, ‘S.O.P’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 D-Beat 생각이 많이 나는 리듬을 제외하면 그냥 무자비하게 달려주는 스래쉬에 가깝다. 굳이 비교한다면 “Kill’em All”에 하드코어풍을 좀 묻히고 스피드 업그레이드한다면 이렇게 나오려나. ‘Fretboard Gymnastics’ 같은 인스트루멘틀이 보여주는 잘 다듬어진 테크닉은 덤이다. (굳이)가장 빠른 스래쉬메탈 앨범을 꼽아본다면 아마도 가장 강력한 경쟁자의 하나일 것이다.
[Shark, 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