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ctrictepee사실 스페이스록의 대명사처럼 부르는 이름이긴 하지만 Hawkwind의 가장 중요한 매력 중의 하나는 이 밴드가 프로그레시브 딱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펑크적인 사운드를 낼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밴드의 가장 유명한 앨범들은 약 냄새 물씬 풍기는 음악들이다 보니 약 먹고 연주하기에는 좀 덜 적합해 보이는 곡들은 눈에서도 멀어지지 않았을까 짐작하는데, 그 약 냄새 나는 음악들도 들어봤다는 사람을 찾기 힘든 요새이다보니 검증은 요원하다. 잘 나가던 시절도 아닌 90년대의 발매작들을 두고 얘기하는 건 하물며 더하다.

그래도 “Electric Tepee” 정도는 아무리 엄혹한 Hawkwind의 90년대라도 좀 더 기회를 주기 쉬운 앨범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보컬도 나가고 키보드도 나가고 단촐하게 3인조로 재편된 이후다보니 그 시절의 어느 앨범보다도 확실히 펑크적이다. 하필 첫 곡이 ‘LSD’인지라 오해사기 쉬운데, 밴드의 앨범들 가운데에서는 그만큼 약 냄새도 덜하고, 90년대를 여는 앨범이다보니 양념처럼 끼얹어진 신서사이저도 들으매 덜 촌스럽다. ‘Right to Decide’가 아무래도 그 전형이라 하겠는데, 이후 “It is the Business of the Future being Dangerous”의 모습을 생각하면 밴드의 일렉트로닉이 ‘과하지 않았던’ 마지막 시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T.V Suicide’ 이후 이 밴드의 앰비언트풍 사운드는 젊은 시절보다는 좀 과해졌다고 생각한다. 라고 말하고 보니 사실은 내가 나이든 탓일지도 모르긴 하겠다. 갑자기 결론이 왜 이렇게 흐를까…

[Essential,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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