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름이 저러셔서 얘기해 봐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얘기만 줄창 나오지만(그 유명 감독은 성에 s를 1개만 쓰신다) 이 스코틀랜드 뮤지션이 다른 팀들 놔두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응원할지는 잘 모르겠다. 커리어를 따지자면 무려 Psychic TV의 원년 멤버이므로 나름 굵직한 인물인 셈인데, Eis & Licht에서 솔로 앨범을 낸다는 게 쉬이 그려지는 모습은 아니다. 인더스트리얼 아니면 포스트펑크를 기대할 만한 이름이 나긋나긋 네오포크를 주로 내는 미국 레이블에서 앨범이 나온다고 한다면 청자로서는 어떤 음악을 기대해야 할지 좀 헷갈린다. 검색해 봐야 음악 얘기보다 축구 얘기가 훨씬 많이 나오므로 참을성 없는 청자라면 정보 얻기도 쉽지 않다.
음악은 그런 헷갈리는 방향들을 절묘하게 뒤섞어 놓은 모양새를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포크 앨범이지만 ‘Dark Angel’ 같은 곡의 넘실거리는 Stooges풍 리프나, ‘Hope’의 Mark Bolan풍 부기우기, 앨범의 절반 정도에 자욱한 Velvet Underground의 그림자가 앨범 한 장에 모두 자리잡고 있다. Psychic TV 시절의 ‘애시드’ 사운드도 ‘Daybreak’에서 찾아볼 수 있는만큼 어찌 보면 본인의 커리어를 좀 나긋나긋한 방식으로 풀어놓은 앨범이라 할 수 있겠는데, 덕분인지 귀에 가장 잘 들어오는 곡은 Rose McDowall과 함께 소시적을 생각하며 연주하고 부르지 않았을까 싶은 ‘Let the Sorrow Go’이다. 이 동네에서만 나올 수 있는 적당히 목가적이면서도 적당히 ‘괴팍한’ 포크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왜 미국 레이블에서 나왔을까?
[Eis & Licht,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