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zzyupthegirl이 밴드에 대한 기억이 두 가지인데, 첫번째는 Metal Blade 레이블만 보고 샀던 “A Boy Named Goo”의 (나쁘지는 않았지만)충격적인 음악을 접하면서 그간 욕구불만을 감내해 가며 모았던 쌈짓돈이 날아가는 듯한 허탈감을 맛보았던 하루이고, 두번째는 지금도 왜 아버지와 같이 남자 둘이서 보러 갔는지 모를 “시티 오브 엔젤”에서 딱 하나 기억나는 노래 ‘Iris’가 이 밴드의 곡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생경함(달리 표현하면 “얘네가 어떻게?” 정도의 느낌일 것이다)이다. 전형적인 무뚝뚝 경상도 싸나이셨던 우리 아버지가 딱히 멜로물에 관심도 없는 아들놈을 데리고 보러 간 영화가 왜 저거였는지는(영화가 별로 재미없었기 때문에 더욱 큰 문제다) 지금도 짐작이 되지 않는다. 좀 더 나이 먹으면 알게 되려나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뜯어보면 딱히 개인적인 취향과 맞아떨어지는 구석이 없는 밴드이자 앨범인데 이 앨범은 좋은 기억이 많다. 밴드 초기의 좀 더 펑크적이고 때로는 스래쉬한(물론 상대적인 의미다) 기타가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Bulletproof’ 정도를 제외하면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굳이 비교하면 때로는 The Replacements 워너비 같던 예전보다는 Hootie and the Blowfish나 컬리지 록 밴드들 물을 좀 먹은 듯한 사운드가 되었는데, 분위기를 과하지 않게 볼륨이 작아지면서 아련함이 남을 정도로만 끌어올리는 모양새가 이들의 최대 강점이 아닌가 싶다. ‘Iris’도 그렇지만 ‘Slide’나 ‘Broadway’ 같은 곡들도 기억에 남아 있는 거 보니 그 분위기를 철없던 시절에도 좋아했던 게 분명하다. 알고 보니 추억이었던 셈이다.

[Warner,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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