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thinribbons웨일스 출신 블랙메탈을 아는 게 있느냐 물으면 사실 대개는 고개를 갸웃거릴 거로 예상함이 정상이라면 Revenant Marquis의 근래는 정말 기대 이상의 관심을 끌고 있는 셈이다. 물론 밴드의 출신지가 아닌 음악이 가져온 결과다. 보통 로블랙으로 소개되는 밴드이지만 의도적으로 조금씩 어긋난 코드의 코드들이나 베이스 드럼 위에 태연자약하게 얹히는 8비트 리듬의 심벌은 블랙메탈의 컨벤션에서 생각하면 당황스럽다. ‘Grave Lit Transmogrification’의 리프고 뭐고 다 들어내고 멜로디라인만 살려두고 페이드 아웃되는 모습은 잠깐이지만 내가 뭔가 잘못 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떠올려 준다. 물론 기대대로 달려주는 ‘Ysgol’의 도입부에서 다시 정신이 돌아오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보통 얘기하는 ‘아방가르드’ 풍의 블랙메탈은 아니고, 사실 저 괴이한 구조의 ‘Grave Lit Transmogrification’이나 ‘The Blood of Lady Tasker’ 정도를 제외하면 전개도 직선적이고 리프도 어쨌든 90년대 중반 블랙메탈의 모습이지만, 이런저런 효과음이나 신서사이저의 사용, 저 괴이한 두 곡들이 앨범을 뒤덮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덧붙여낸다. 그 그로테스크함이 그리 익숙한 분위기는 아닌만큼 호오는 갈릴 법하다. 때로는 Striborg가 미드템포에서 연주하던 흐느적거리는 리프를 괴상하게 따라했다는 느낌도 든다. 뭐 좋아하는 쪽이나 싫어하는 쪽이나 다음 앨범을 궁금하게 할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는데, 좋아하는 쪽이나 싫어하는 쪽이나 본전 생각을 지우기도 조금은 어려울지도.

[Inferna Profundus, 2020]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