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다른 둠 메탈 밴드들에 비해서는 덜 메탈스럽다고 호오가 갈리는 밴드이기는 했으나(일단 보컬부터가 클린이다 보니), 밴드는 “Self Abusing Uglysex Ungod”부터는 본격적으로 둠 특유의 묵직함을 덜어내고 고쓰에 기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이 앨범에서 그런 방향성은 더욱 노골적이다. St. Vitus의 곡에서 이름을 따 온 밴드건만, 앨범을 여는 ‘Me and Dark and You’에서 생각나는 밴드는 Fields of the Nephilim이다. ‘The Wannadie Songs’같이 여전히 둠 메탈의 모습이 남아있는 곡들도 있지만, 밴드는 이제 더 이상 메탈 밴드라고 하기도 조금 애매해졌다. 디프레시브 순한맛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포스트-블랙 류의 밴드들보다는 대중에게는 이런 음악이 더 와닿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게 Theater of Tragedy나 Atrocity처럼 뿅뿅 사운드를 시도했다면 정말 욕까지 먹었겠지만, 어째 밴드의 본령에서는 사실 벗어나지 않는 급격한 변화인지라 청자들의 당혹감에도 불구하고 Jack Frost가 욕먹는 일은 그리 쉽게 보이진 않았다. 조용히 팬들만 줄었을 뿐인데 어차피 CCP를 나가면서 판매고 떨어지는 건 각오했을 테니 밴드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쨌든 멜로디만큼은 여전히 훌륭하게 뽑아주고 있다. 밴드의 예전 모습만 까먹는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앨범이다…만, 그게 사실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라는 게 문제다.
[Massacre,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