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절반 좀 덜 지나가는 상황에서 대단히 뜬금없는 얘기지만 2019년도에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신스팝 앨범을 (예년보다)많이 접할 수 있었다. 뭐 인기야 항상 없지만 어디에선가는 항상 묵직한 결과물들이 나타나고 있는 게 세상사…라는 건 이미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그 전부에 손벌리기에는 인생은 짧고 지갑은 얇다. 덕분에 중국 신스팝 밴드를 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에 나온 신스팝 중 더 알려진 이름들이라면 Howard Jones나 Ladytron도 있겠지만, Depeche Mode의 “Ultra”를 좋아하는 입장에서라면 먼저 손이 갈 것은 아마도 이들일 것임을 생각하면 세상에는 참 들을 게 많다. 반복이지만 부족한 건 인생과 시간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냥 어두운 앨범은 아니고, 사실 업템포의 멜로디컬한 팝 넘버(거의 OMD 수준)부터 서정을 풀풀 강조하는 발라드풍의 곡까지 앨범은 꽤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가끔 너무 심각해지려다가도 칩튠의 사용으로 청자의 마음을 가볍게 해 주는 면모도 있다. 일단 그만큼 수록곡 자체가 많기도 하다(18곡이나 되니). 그런 만큼 사실 마냥 신스팝이라고 부르기도 좀 어려운 면도 있는 앨범인데, 소위 모던 신스팝이 딱히 일관된 스타일을 보여주던 경향도 또 아니었다보니 그냥 신스팝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확실한 건 어떤 식으로 가던지 분위기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잡는다는 점이다. ‘Hibakusha’ 하나만으로도 이 데뷔작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버릴 곡도 없으니 일청을 (좀 적극적으로)권해본다.
[Anna Logue,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