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lendor Solis를 검색하면 16세기 초반 독일 연금술 책만 왕창 나오는데다 레이블도 밴드 소개는 안 하고 자기들 소개만 적어두고 있어서(소속 밴드들 소개를 “우리 회사에서 앨범 나온 밴드” 식으로 적어두고 있다. 뭐하러 쓰냐) 정보를 찾기 힘드니, 러시아 5인조 네오포크 밴드 정도로만 해 두자. 그렇지만 사실 인더스트리얼의 분위기는 거의 찾기 힘들고, 스트링을 덧붙인 중세풍 포크의 컨벤션을 나름대로 변주한 음악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굳이 네오포크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그냥 다크 포크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덕분에 밴드에는 바이올린/첼로/트럼펫 등 멤버가 포함되어 있는데, 웃기는 건 정작 밴드 구성에 기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베이스 치는 양반이 기타까지 같이 치나 하고 넘어간다.
쓸데없이 말이 길었다. 분위기 뽑아내는 능력은 Moon Far Away 같은 장르의 일류급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선동적인 곡은 아니지만 ‘Dies Irae’의 프렌치호른은 장르에서는 드물게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데가 있는 면이 있다. ‘Rosarivm I, II et III’의 파트 2는 네오포크에서 서정을 얘기하는 게 무슨 뜻인지를 꽤 정확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니 이 앨범이 데뷔작이라는 건 꽤 놀라운 얘기다. 그렇지만 이 데뷔작은 지금 discogs에서 6.12유로에 팔리고 있으니 아… 그게 또 인생사다.
[Sulphur Flowers,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