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risnorton-raptus비교적 어릴 때였지만 Jacula의 앨범들(이라고해봐야 몇 장 안 되지만)을 나름 많은 이들이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이 밴드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를 맡고 있는 여성이 중심에 있으면서 흑마술적인 음악을 한다더라 식의 얘기들이 나돌았다. 물론 뒤에 이 밴드를 주도한 양반은 Antonio Bartoccetti라는 남자분임을 알게 되었지만, 어쨌든 음악을 들었을 때 홍일점인 Fiamma Dello Spirito의 비중은 확실히 큰 편이었다. 다양한 스타일의 보컬은 물론 바이올린과 플루트를 통한 인상적인 사운드(아무래도 파이프오르간이 중심에서 자리잡고 있던 “Tardo Pede in Magiam Versus”보다는 “Anno Demoni”가 더 그렇다)를 구축함에 큰 역할을 했음은 분명하다. 괴상한 예명까지 사용하고 있으니 사이비 교주 소리까지 나왔을 것이다.

몇 년 더 지나서 Fiamma Dello Spirito의 본명이 Doris Norton이라는 멀쩡한 이름이었으며 Antonio의 배우자였음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본인도 Jacula를 떠나서까지 사이비교주 오해까지 듣는 이름을 쓰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Doris는 Jacula 이후 이름을 걸고 Jacula(와 Antonious Rex)와는 다른 스타일로 실험적인 음악을 연주했고, 본업이 키보디스트였던지라 키보드-신서사이저를 중심에 두면서 새로운 사운드(라기보단 좀 특이한 신스 팝)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앨범을 내놓았고, 덕분인지 무려 애플(Steve Jobs의 거기 맞음)의 스폰서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 그렇게 대중적인 스타일은 아니다. 때로는 Mike Oldfield가 싼티나는 튠으로 ELP를 따라하는 듯한 모습도 엿보이지만 당대로서는 이런 것도 미래를 예견한 음악이었을 것이다. 은근히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도 있는지라 흥미롭다. 참고로, 기타 연주와 곡 중후반의 뭔가 이해할 수 없는 남자 목소리는 물론 Antonio의 몫이다.

[Durium,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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