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risnorton1984Doris Norton 얘기가 나온 김에 한 장을 더한다면 어쨌든 하드록의 기운이 남아 있던 “Parapsycho” 이후 Doris는 본격적으로 전자음악 커리어를 시작했고, 그래도 그간 Jacula에서 익숙해져 온 신서사이저 스타일을 버리는 데에는 앨범 두 장 정도의 여유가 더 필요했다. 말하자면 Doris Norton이 오늘날 (자주는 아니고 간혹)듣곤 하는 이탈리아 신서사이저 뮤직 구루의 명칭에 걸맞는 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한 것은 이 “Personal Computer”였다…는 게 사견이다. 사실 “Norton Computer for Peace”나 이 앨범이나 스타일에서 별다른 차이는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둘 중에 어느 앨범을 시작점으로 볼지는 결국 개인취향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물론 이탈리아 신서사이저 뮤직 구루!의 얘기는 결국 시간이 지나서의 얘기이고 애플의 스폰서 하에 사과 마크까지 넣어가며 야심찬 활동을 했지만 사실 앨범의 반응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이… Doris 입장에서는 커리어의 일대 전환이자 실험이었겠지만 이런 류의 스타일이라면 이미 Kraftwerk가 알파이자 오메가를 만들어 두었으니 굳이 “Personal Computer”를 샵에서 집어들 사람이 많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Kraftwerk보다 좀 더 비트 위주의, 별다른 서사 없이 정말 신서사이저 놀음에 가까운 – 특히나 ‘Binary Love’ – 음악이었던만큼 나름대로의 재미도 (많지는 않더라도)분명하다. ARP 2500/2600만큼 칩튠 만드는데 적합한 기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Durium,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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