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Boyd Rice 본인은 이런 음악을 마티니를 마시면서 듣기는 할까 싶을 정도의 음악이지만 어쨌든 앨범은 장르의 또 하나의 클래식…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할지언정 그래도 심심찮게 회자될 만한 입지를 다졌다. 원래 World Serpent에서 소량만이 나왔던 앨범은 몇 년이 지나 Douglas P.의 강력추천 하에 NER에서 멋들어진 패키지로 재발매되었고, 꽤 많이 찍었는지 지금까지도 눈에 잘 띄는 편이다. 하긴 그러니까 내 손에까지 들어왔겠지만 말이다.
음악은 Boyd Rice 특유의 뒤틀린 위악으로 가득하지만 동시에 괴팍한 유머(를 넘어선 똘끼)도 배어들어 있다. Carpenters와 Charles Manson을 뒤섞은 ‘Invocation’이나 Boyd Rice의 뒤틀린 정치관을 짐작케 하는 ‘Shadows of the Night’이 ‘정치적인’ 스타일의 인더스트리얼을 보여준다면 ‘Disneyland Can Wait’, ‘Down in the Willow Garden’은 Douglas P.의 기타에 Rice의 나레이션, Rose McDowall의 보컬이 어우러지는, 전형적인 ‘듣기 편한 네오포크’ 스타일이다. 그렇지만 디즈니랜드에서 핵폭탄과 AK49를 얘기하는 가사를 듣노라면 이게 그리 나긋나긋한 음악이 아님을 다시금 상기하게 된다. 원래 제정신인 이들이 별로 없는 필드가 네오포크라지만 이 구역의 미친놈을 한 명만 꼽는다면 아마도 가장 유력한 이의 하나일 것이다.
[World Serpent,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