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kti는 예전 MP3.COM과 Audiogalaxy가 아직 살아 있던 시절 꽤 주목받던 이름으로 기억하는데, 뭐 사실 앨범 안 나온 괜찮은 폴란드 프로그레시브 메탈은 흔했다고 하면 과장일지언정 그래도 심심찮게 한둘씩은 나와주는 사례여서 그랬는지 밴드는 그런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리 의욕적인 활동을 보여주진 못했다. 듣다 보면 사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밴드는 Tool인데 2004년은 아직 Tool이 그래도 활동을 꾸준하게 보여주고 있던 시절이었으니 Tool을 즐겨 듣던 이들이 Indukti에까지 관심을 줄 여유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Tool 얘기를 하긴 했지만 템포를 조절하면서 어쿠스틱으로 넘어가는 부분 등에서는 Agalloch나 Riverside 생각도 나긴 하는데, 이 은근 다양한 분위기를 하나의 앨범으로 묶어 주는 것은 의외로 Ewa Jablonska의 바이올린이다(그런 면에서 80년대의 King Crimson과도 조금은 닮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변화무쌍한 베이스와 함께 바이올린이 곡을 떠받치는 ‘Uluru’ 같은 곡이 앨범에서의 바이올린의 역할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앨범에서 가장 재기 넘치는 연주를 보여주는 곡은 ‘No.11811’일 것이다. 바이올린이 메탈 음악에서 ‘나긋나긋한’ 모습 외에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답이라고 생각한다. 하긴 따지고 보면 그런 답도 벌써 예전에 Univers Zero가 “Heresie”에서 해 놓기는 했다만, 뭐 원래 틀린 문제가 꼭 답이 없는 문제라서 틀리는 건 아니지 않나.
[Offmusic,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