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에 뉴웨이브로 살길 찾아보려던 프로그레시브 뮤지션들이 좋은 평가를 들은 적은 (내 기억에)별로 없었지만 Billy Currie의 이 앨범은 그런 흐름에서는 조금은 비껴갔던 거로 기억한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고 어쨌든 Billy Currie의 솔로 앨범이었으므로 아예 프로그레시브로 분류될 기미조차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긴 한데, 사실 음악을 듣자면 Steve Howe가 사운드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고로 그래도 그 시절 프로그레시브 록이 내놓았던 수많은 자구책들 중 하나로 봐주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뮤지션 본인부터가 커버에 Steve Howe를 확실히 올려두고 있기도 하고.
Billy Currie 본인은 이 앨범을 통해 평소에 하지 못했던 실험을 마음껏 했다고 하긴 하는데 사실 그렇게 실험적인 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원래 Ultravox에서 보여주던 공간감 있는 신서사이저 연주를 좀 더 긴 호흡으로 들려준다. 그런 면에서는 Mike Oldfield 생각도 나는 편인데, 그보다는 확실히 좀 더 단순하고 팝적인 멜로디인지라 80년대의 그런 ‘자구책들’이 듣곤 하는 볼멘소리에서 비껴나갈 앨범은 아니다. 그래도 시타에 우쿨렐레, 기타 신서사이저, 만돌린, 프렛리스 베이스까지 고군분투하고 있는 Steve Howe의 연주만으로도 앨범은 충분히 기억할 가치가 있다. 결국은 좀 프로그한 터치가 있는 신스팝 앨범인데, 그 프로그 터치가 묵직했던 앨범 정도로 기억하면 좋겠거니 싶다. 요새 출퇴근 때 ‘Traveller’와 ‘Transportation’을 자주 듣는다.
[I.R.S,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