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sion2018Mansion은 그래도 핀란드 쪽 메탈 웹진들을 둘러보면 간혹 짤막하게 스쳐 가던 이름인데 계속 50장 한정 자주반 EP만을 내는 통에 실제 접해보는 건 처음이다. 물론 이 1집도 당연히 50장 한정 12인치로 발매했지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 1집만큼은 I Hate를 통해 CD로도 같이 내준 덕분에 나 같은 사람도 쉽게 구해볼 수 있게 되었다. 2018년 앨범을 2020년에 들으면서 할 말인가 싶긴 하지만, 그래도 이름을 ‘맨션’으로 짓는 ‘둠메탈’ 밴드 앨범에 손이 가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사족을 붙여본다.

둠메탈이라고 보통 얘기되긴 하는지라 이렇게 얘기했는데, 사실 그렇게 말하기엔 묵직한 맛은 좀 덜하다. 기본적으로 Fields of the Nephilm에 Type O Negative 류의 ‘인더스트리얼’을 적당히 끼얹은 스타일에 가까운데, ‘The Eternal'(Joy Division의 커버) 같은 곡에서는 그래도 90년대 중반 둠-데스의 묵직한 맛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실 앨범 전체적으로 70년대 프로그/사이키의 느낌을 풍기는지라(이를테면, 놀랍게도 Van Der Graf Generator) 전형적인 메탈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조금은 김샐 법도 한 음악이다. 말하고 보니 Jex Thoth 류의 사이키한 음악에 좀 더 프로그레시브의 기운을 불어넣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다양한 스타일을 섞어낸 음악이 기대 이상으로 귀에 바로 박힌다. 과장 (좀 많이)섞으면 이건 하나의 사건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아주 감명깊었다.

[I Hat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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