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less Domain은 디지털로만 음원을 발표하고 있는 넷상에 무수히 뿌려진 골방 블랙메탈 프로젝트들 가운데 정말 드물게 신곡을 꼬박꼬박 찾아듣고 있는 사례다. 유명한 밴드야 하나 없지만 어쨌든 이런저런 밴드들을 식상한 멤버들과 이름을 바꿔가며 열심히 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만든 프로젝트여서인지 사실 만듦새는 그저 그런 골방 프로젝트들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Darkspace 류의 앰비언트풍 블랙메탈이 한물 간 듯(잘 안 보인다는 의미에서) 보이는 요새인지라 좀 더 특이해 보이기도 하는데, 하긴 Nebulae Artifact의 발매작들 가운데 우주 얘기가 안 나오는 앨범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므로… 뭐 이들로서는 늘 하던 걸 한 장 더 내놓았을 뿐일지도.
심플하게 30분 조금 안 되는 블랙메탈 한 곡의 EP인데, 분위기 좋을 때는 한창 잘 나가던 시절의 Mundanus Imperium을 좀 더 단순하고 음질 좋게 만든 듯한 신서사이저를 들려주다가도 불현듯 끼어드는 싼티 그만인 효과음이 분위기를 조금 깨지만(이렇게 자주 쓸 필요가 있을까 싶다), 묵직한 리프가 등장하면서 자칫 가벼울 수 있는 분위기에 확실한 무게감을 준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atmospheric’ 블랙메탈이라고 하는 게 가장 정확하겠지만, Cyclic Law 풍의 앰비언트를 쉬운 멜로디를 더해 블랙메탈로 편곡한다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 레이블은 Stellar Descent 정도를 제외하면 앨범들을 피지컬로 잘 안 내는 편인데, 어차피 돈 못 벌 거 한번쯤 CD로 내 줬으면 좋겠다. 내 돈 아니라고 너무 쉽게 얘기하나?
[Nebulae Artifact,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