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명과 칙칙한 색조의 커버만 봐서는 두려움 없는 NSBM 바보를 연상해야겠으나 정작 내용물은 꽤 묵직한 트윈 기타 헤비메탈을 담고 있는 인도 밴드의 무려 3집. 하지만 2집까지는 자주반으로만 나오다가 이 앨범에서야 드디어 번듯한 레이블을 잡아서 나왔으니 동방의 필부가 접해보기는 어려웠겠구나 싶다. 그런데 정작 내가 가진 버전은 레이블명이 안 나와 있으니 아마도 버전이 2가지이거나, 아니면 레이블이 공인한 흑역사로 묻혀버린 앨범일 가능성이 높다. 뭐 그래도 독일 레이블이 기껏 인도 밴드를 발굴해서 앨범을 냈는데 흑역사를 건졌겠냐 생각하면 조금은 안심이 된다.
앨범은 그런 안심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은 충분히 훌륭하다. 스타일은 어쨌건 전형적인 헤비메탈인데, NWOBHM과 독일풍, 미국풍이 모두 뒤섞인 앨범인지라 그런 의미에서는 생각보다 다양한 모습들을 담고 있다. ‘Eternal Rites’나 ‘Your Own Voice’에서는 어쿠스틱을 섞어 나름 극적인 구성도 꾀하는데, 그래도 역시 트윈 기타를 써먹는 밴드에게 기대할 음악은 절도있는 리프로 달려주는 곡들이겠다. 그런 면에서 ‘Ascendant’나, 참 80년대스러운 코러스(어찌 들으면 Lizzy Borden 같기도)가 돋보이는 ‘Underground Rebellion’ 같은 곡이 기억에 남는다. 1집은 심포닉 스타일이라고 하는 게 좀 의외인데 이 정도면 전작들을 조심스레 구해볼만 할지도.
[Pure Steel,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