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tledagorath2020밴드명만 봐서는 당연히 톨킨 얘기로 점철된 음악을 하는 이들이어야겠지만 Battle Dagorath는 3집까지는 설산을 커버에 담고 차가운 분위기가 돋보이는 Vinterriket 류의 신서사이저를 덧칠한 블랙메탈을 연주했고, 그 다음부터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Darkspace의 스타일에 Lovecraft의 컨셉트를 덧칠한 듯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물론 말을 이렇게 해서 그렇지 사실 ‘차가운 분위기가 돋보이는 Vinterriket 류의 신서사이저를 덧칠한(하긴 Vinterriket이 멤버이니 당연한 결과다) 블랙메탈’과 ‘Darkspace의 스타일’이 대체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게다. 있기야 있겠지만 어차피 이런 앨범을 듣는 이들이라면 저 두 가지를 굳이 구별해서 찾아듣지는 않을 것 같다. 각설하고.

이번 앨범도 결국은 그 Darkspace 스타일의 연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전작까지 건반을 맡았던 Vinterriket이 빠지고 Black Sorcerer Battle이 혼자 건반까지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인데, 그러면서도 스타일이 똑같은지라 이럴 거면 Vinterriket이 굳이 이 밴드에 있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 스타일을 만드는 데 단단히 한몫한 이가 Vinterriket일 테니 이렇게 말하면 많이 서운할지도 모르겠다. Darkspace나 Mare Cognitum을 좋게 들었다면 역시 좋아할 것이다. 그래도 전작과 다른 점이라면 계속 해 오는 스타일에 좀 더 요령이 붙어서인지 갈수록 그 우주 이야기의 스케일이 커진다는 점인데, 그 정점은 바로 ‘Conjuring the Starwinds’일 것이다(아니면 ‘Twilight of the Cold Sun’). 이 한 곡 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Avantgarde,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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