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오포크를 그야말로 유럽적인 장르라고 얘기한다면 이젠 꽤 많은 반례를 찾을 수 있긴 하지만 이 장르의 많은 밴드들이 범유럽주의의 경향에서 자유롭지 못함은 잘 알려져 있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Ostara는 장르의 ‘네임드’ 중에서는 가장 동떨어진 부류에 속한다. “Operation Valkyrie” 데뷔 싱글부터 발키리 작전을 통해 보수 혁명 얘기를 하더니(그런데 Claus von Stauffenberg가 그런 부류의 보수주의자였는지는 모르겠다) “Napoleonic Blues”까지 꾸준히 음울한 시각을 이어가는 모습은… 네오포크에서 그리 흔한 모양새는 아니다. 말하고 보니 이런 류의 니힐리즘이 드문 것까지는 아니지만, Spengler식 서구의 몰락 담론을 소재로 삼는 네오포크는 아직까지는 못 본 것 같다.
“Eclipse of the West”는 그런 면에서 의미심장한 제목인데, 사실 가사나 앨범 초반의 말랑말랑한 포크 사운드를 듣자면 니힐리즘보다는 좀 더 거슬러 올라간 시절의 낭만주의를 연상케 한다. 달이 차면 해가 지는 비유로써 나름 ‘몰락’의 이미지를 구현하려고 애쓰는 듯한 타이틀곡도 네오포크의 컨벤션에서 그리 벗어나는 곡은 아니고, Changes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Wayland’s Sons’도 라그나록의 비유를 써먹는 것만 제외하면 그리 어두운 스타일은 아니다. 게다가 다양한 레퍼런스(미시마 유키오, 조지 오웰, J.D. 샐린저, 성경 등)를 통해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으면서도, 가사의 끝단에는 황량한 잿빛 풍경에 생경한 듯 어울리게 ‘사랑’ 한 꼭지를 항상 박아넣는다. 그런 면에서는 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서구의 몰락 모티브를 줄줄 늘어놓다가 그래도 우리에게는 사랑이 있어! 하는 게 나름의 낭만주의일지는 모르겠으나 네오포크 밴드에게 보통 기대하는 모습은 아니다.
아, 그런데 이거 Ostara의 앨범이구나. 하긴 그런 생경한 모습이 밴드의 개성이긴 하다.
[Soleli Moon,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