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ave-On 레이블 말이 나온 김에 얘기를 좀 더 이어 가자면 이 딱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레이블은 그 생소함과는 어울리지 않게 80년대 헤비메탈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었다고 혹자는 주장할 만한 두 장의 EP를 냈다. 물론 이 두 장을 제외하면 레이블 카탈로그가 헝그리함으로 똘똘 뭉쳤다는 게 이 레이블의 문제였지만 Mercyful Fate와 Sortilège의 데뷔 EP를 냈으니 그 헝그리함에 비해서는 나름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전자는 “In the Beginning”을 통해 좀 더 쉽게 들어볼 수 있었지만, 후자는 Axekiller에서 재발매되기까지는 150유로짜리 12인치를 구해야 할 판이었으니 이름값에 비해서는 접하기 그리 쉽지 않았다.
음악은 기본적으로 Iron Maiden풍(때가 때인만큼 “Killers” 때의)을 Mercyful Fate의 좀 더 그늘진 톤으로 연주하면서 때로는 Robert Plant(좀 더 연극적이라는 점에서는 Midnight)를 연상케 하는 고음을 질러주는 보컬을 얹어낸 스타일이지만, 프랑스어 가사의 독특함과 짤막한 메인 리프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하면서 서사적인 구성을 이끌어내는 모습이 당대의 다른 헤비메탈 밴드와는 구별되는 편이다. Iron Maiden을 얘기하긴 했지만 사실 이런 구성은 헤비메탈보다는 이후의 데스/블랙메탈에서 더 자주 보이는 형태인데, 하긴 그래서 Chuck Schuldiner가 최애로 꼽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Amazone’에서 Death의 ‘Evil Dead’가 들리는 게 나만은 아닐거다. 헤비메탈 클래식.
[Rave-On, 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