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6-77년경 영국에서 쏟아져 나오던 일군의 펑크 밴드들 중 하나로서 SWP와도 연계된 활동을 보여주었(다고 평가되)던 이 밴드가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좌파는커녕 오히려 파시스트로서의 혐의를 진하게 받는 Death in June의 활동을 통해서였다. “Nada!” 시절만 해도 포스트펑크의 면모를 강하게 보여주던 Death in June이 이후 네오포크의 ‘구루’로서 이름을 알리게 되면서, 어떻게 그 포스트펑크 밴드가 군복 입고 유고 내전 당시 크로아비아 야전병원에서 자선공연을 하게 되었는지는 많은 이들의 연구 대상이 되었다.
이제는 컴필레이션도 몇 나왔지만 그래도 밴드의 1978년부터 1980년까지의 활동을 이만큼 망라해 둔 앨범은 이게 유일하다. 흔히 The Clash와 Crass와 비교되는 밴드이지만 음악은 뭐 The Clash 정도의 팝 센스도, Crass 정도의 공격성도 없는, 초창기 포스트펑크와 아나코-펑크 사이의 어딘가에 둘 법한 스타일이다. 앨범은 밴드가 그런 ‘팝 센스’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 이 시절 이미 포크를 선택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직은 분명히 붉은 기운이 남아 있지만, ‘Back in the USSR’의 가사는 이미 이들의 생각이 조금씩 뒤틀려가고 있음을 은근히 암시한다. (Don’t rebel, you won’t get thanked, you’ll just get run over by a tank) 그러니 후대의 입장에서 흑백에 상관없이 연대를 부르짖는 노래의 제목이 ‘White Youth’라는 게 얼마나 기묘하게 보이겠는가? 음악도 음악이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보다는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앨범이다.
[Apop,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