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ath in June의 포스트펑크 시절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Death in June이 포스트펑크 밴드의 모습을 걷어내고 슬슬 이후의 네오포크를 끄집어내기 시작한 앨범은 바로 “Nada!”라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정작 따져보면 세 번째 풀렝쓰인 “Nada!”를 밴드의 데뷔작처럼 오해하는 경우도 꽤 잦은 편인데(뭐 사실은 별로 듣는 사람이 주변에 없어서라는 게 더 정확하겠지만), “The Guilty Have No Pride”와 “Burial”이 고쓰/포스트펑크(굳이 짚는다면 Joy Division이나 Bauhaus)의 컨벤션을 그리 벗어나지 못한 앨범이었으니 ‘네오포크의 알파이자 오메가'(뭐 이건 너무 나간 표현이긴 하다)로서 데뷔작은 “Nada!”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지도.
그런 때문인지 오늘날 Death in June의 대표곡이라고 얘기되는 곡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앨범도 바로 이 “Nada!”부터다. ‘Leper Lord’와 ‘Behind the Rose(Fields of Rape)’가 그렇고, 일렉트로닉이 가미된 네오포크의 단초를 보여주는 ‘The Honour of Silence’ 또한 밴드의 과거이자 현재로서 지금껏 셋리스트에 등장한다. 사실 이 일렉트로닉은 Douglas P.보다는 Patrick Leagas의 작품일텐데, Sixth Comm에서는 은근 New Order스러운 댄서블함까지 비추던 Patrick이 Death in June에서는 Douglas의 음울한 색채에 그런 스타일을 맞춰나가는 모습도 흥미롭다. 아마도 그 단적인 예는 ‘Carousel’일 것이다. 자, 여기까지만 해도 벌써 이후의 네오포크 스타일의 많은 부분이 드러난다. 그러니 이 85년작을 클래식의 반열에 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New European Recordings, 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