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Towers of Avarice”는 Zero Hour가 남긴 여섯 장의 앨범들 중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다. 뭐 그 여섯 장이 냉정히 얘기하면 다 똑같은 스타일이고 빠지는 앨범은 한 장도 없으므로 그 중에 뭐가 최고다라고 얘기해도 납득할 만한 얘기는 된다. 사실 이런 류의 좀 차가운 분위기를 가져가는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들이 대개 다 그런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고도의 테크닉을 요구하면서도 서정에 호소하지 않으면서 서사를 끌고 나가려다 보니(이건 아무래도 “A Pleasant Shade of Gray” 때문이라 생각한다) 테크닉으로 기본점수는 따면서도 막상 명징한 멜로디 등을 기억에 남겨두는 경우는 별로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이런 건 Fates Warning 정도 간지남들이 아니면 진짜 별 사례가 없다.
Zero Hour는 그런 멜로디 대신 djent의 스타일을 음악에 입히면서 기계적인 분위기를 더욱 끌고 나가는 방식을 고른 사례인데, 그러면서 살풋 부유감 있는 톤의 키보드로 나름의 서사도 잊지 않는다(특히 ‘Demise and Vestige’). 아예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듄의 배경을 좀 칙칙한 색감으로 바꾸고 살짝 매트릭스의 외피를 입힌 듯한 스페이스 오페라를 따라가는 컨셉트도 나쁘지 않다. 전작이 Matt Guillory의 키보드 덕에 뭔가 Dream Theater 다운그레이드의 향기가 진하게 풍기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렇지만 종횡무진 다양한 색채로 활약하는 Erik Rosvold의 보컬이 화려한 연주 가운데 곡의 중심을 잡아주는지라 듣기는 그리 어렵지 않고, 달려주는 맛이라면 Dream Theater보다도 이런 스타일이 나을 것이다. 리프 따라가는 맛으로만 들어도 충분히 재미있기도 하고.
[Sensory,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