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rlian Camera의 음악이 호오는 갈릴지언정 만듦새가 허접했던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이 거의 40년이 되어 가는 뿌리깊은 일렉트로닉 밴드는 2000년에 Elena A. Fossi를 보컬로 맞이하면서 비로소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게 사견이다. 보컬도 보컬이지만 Angelo Bergamini 말고도 고쓰 스타일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송라이터가 한 명 더 생겼다는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자기 목소리여서인지 Elena가 쓰는 곡들에서 밴드 특유의 퇴폐 자욱한 스타일이 잘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이탈로 디스코 리듬에 제대로 퇴폐를 얹을 수 있는 밴드는 적어도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많지 않다.

“Invisible Front. 2005″는 오랜 커리어 덕분에 풍성한 게스트는 물론, Elena 가입 이후의 앨범들 중 가장 그런 매력이 잘 드러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댄스 플로어 뒤에 등장하는 부유하는 신서사이저 연주에 얹히는 보컬만으로도 이들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밴드의 최대 히트곡(뭐 히트곡을 따진다면) ‘K-Pax’를 위시하여, 좀 더 밴드의 초창기 사운드에 가까운(바꿔 말하면 Kraftwerk 느낌이 더 남아 있는) ‘Dead in the Sky’도 있고, 혹시나 피로했을지 모를 귀를 배려했을까 싶은 단정한 피아노 연주의 ‘Recorded Memory’도 있다. 사실 고쓰 묻은 전자음악을 얘기한다면 앨범의 모든 부분들을 빼놓을 수 없을 앨범이니만큼 이렇게 몇몇 곡들을 골라내는 식으로 얘기함은 적절하지 않다. 재발매된 김에 한 장 장만을 권해본다.

[Trisol,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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