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이 필요없는 노르웨이의 블랙메탈 유닛. 1995년에 이 한 장만을 냈으니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좋은 시절’이었던데다, 멤버도 Ihsahn과 Samoth, Frost, Aldrahn이니 화제성이 없기가 더 어렵겠다. 물론 이런 멤버들이 뭉쳐서야 현실적으로 활동하기는 쉽지가 않다. 다들 Zyklon-B가 아니어도 Emperor, Satyricon, Dodheimsgard 활동하느라 바쁠 테니까 말이다. 보통 이런 사이드 프로젝트들은 평소에 멤버들이 하던 음악과는 조금은 차이가 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보통이고, Zyklon-B도 말하자면 그렇다.
그렇지만 동시대의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들보다도 Zyklon-B는 가장 강력하고 블랙메틀의 원형에 가까운 음악을 연주했다. 러닝타임이 11분 남짓한 3곡이 수록된 EP이지만, 사실 이 3곡은 한 곡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Emperor에서 들려준 것과 비슷한 톤의 Ihsahn의 키보드가 그나마 화려함을 더하지만 그 외의 파트는 철저하게 직선적이다. 어떤 면에서는 키보드가 들어가긴 했지만 가장 초기의 War-Black(초기 Immortal 스타일로 몰아붙이는) 밴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Aldrahn 특유의 보컬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뭐 3곡뿐인 EP이니 시종일관했더라도 괜찮았을 것이다. 그래도 앨범의 백미는 탁월한 심포닉을 보여주는 ‘Warfare’이니 휘몰아치면서도 이런저런 매력을 두루 갖췄다고 할 수 있을지도. 재발매반에는 ‘Warfare’의 리믹스가 보너스트랙으로 들어 있는데, 무척 후지니 웬만하면 오리지널을 권해본다.
[Malicious, 1995]
Subliminal Notes 